Sword Art Online: Echoes of Aincrad는 지금까지의 소드 아트 온라인 게임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다.
키리토와 아스나의 이야기를 다시 따라가는 대신, 플레이어가 직접 만든 캐릭터가 아인크라드에 갇힌 1만 명의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되어 이야기를 경험한다. 익숙한 주인공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플레이어의 시점에서 죽음의 게임을 살아남는다는 설정은 분명 신선하다.
그리고 실제로 이 선택은 꽤 잘 작동한다.
문제는 게임이 그 좋은 출발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투는 빠르고 전략적이며, 무기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시스템에도 제법 깊이가 있다. 하지만 넓게 보이는 세계는 실제로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고, 비슷한 지역과 적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
IGN 역시 이러한 장단점을 종합해 7/10을 평가했다. 시리즈의 방향을 조금씩 개선한 작품이지만,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이름을 떼어놓으면 그저 무난한 액션 RPG에 머문다는 것이 핵심적인 평가다.
키리토가 아닌 ‘평범한 플레이어’의 이야기
Echoes of Aincrad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주인공이다.
이번에는 키리토가 중심에 서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를 만들고, 아인크라드에 갇힌 수많은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모험을 시작한다.
이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변화다.
소드 아트 온라인의 아인크라드 편은 원래 ‘게임 속에 갇혔다’는 설정 자체가 가장 강력한 매력이었다. 그런데 기존 게임들은 인기 캐릭터와 기존 스토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그 세계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Echoes of Aincrad는 그 문제를 정면으로 피한다.
플레이어는 특별한 영웅이라기보다 이 거대한 죽음의 게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한 명의 플레이어에 가깝다. 새로운 동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함께 던전을 공략하며, 조금씩 성장한다.
덕분에 원작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야기에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물론 소드 아트 온라인 팬이라면 아인크라드라는 익숙한 무대 자체가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이끈다
기존 캐릭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은 장점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의 모험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덕분에 원작의 주요 사건을 단순히 다시 보는 대신, 이미 알고 있는 아인크라드의 역사 사이에 새로운 이야기를 끼워 넣는 형태가 된다.
특히 플레이어 캐릭터가 단순히 유명 캐릭터들의 조연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스토리의 속도는 심각한 문제다.
게임의 핵심적인 사건과 캐릭터의 관계가 발전하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넓은 지역을 오가며 반복적인 퀘스트를 수행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긴장감이 필요한 죽음의 게임이라는 설정과 실제 플레이 경험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생긴다. IGN 역시 스토리의 진행이 지나치게 느리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아인크라드에 갇혔는데, 정작 플레이어가 조급해질 필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전투는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
스토리가 느린 것과 달리 전투는 상당히 빠르다.
Echoes of Aincrad의 전투는 단순히 버튼을 연속으로 누르는 액션 RPG가 아니다. 적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공격 타이밍을 파악하며, 패링과 카운터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특히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는 무작정 공격하는 것보다 상대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을 받아내고 반격하거나, 동료와 함께 연계 공격을 넣는 과정은 꽤 짜릿하다. 전투 자체의 템포도 빠르기 때문에 긴 탐험 구간에서 지루해졌던 플레이어라도 전투가 시작되면 다시 집중하게 된다.
IGN 역시 전투를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로 평가했다. 빠른 액션과 패턴을 읽는 전략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는 것이다.
결국 Echoes of Aincrad를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전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과 무기 커스터마이즈도 괜찮다
전투가 재미있는 이유는 성장 시스템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능력치를 조정하고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빌드를 만들 수 있다. 무기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고, 장비를 강화하거나 능력을 조합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대장간을 이용한 무기 강화와 합성은 단순한 숫자 상승 이상의 재미를 준다.
새로운 장비를 얻으면 무조건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능력을 유지하고 어떤 효과를 옮길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전투를 반복할 이유를 만들어준다.
더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 던전을 돌고, 장비를 강화한 뒤 더 강력한 적에게 도전한다.
전형적인 액션 RPG의 구조지만, 기본기가 꽤 탄탄하다.
넓지만 자유롭지 않은 세계
아쉽게도 세계 디자인은 전투와 정반대다.
아인크라드는 설정상 거대한 세계다. 100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부유 성이라는 점만으로도 탐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Echoes of Aincrad 역시 넓은 지역을 제공한다.
하지만 실제로 돌아다녀 보면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다.
길은 제한적이고, 탐험할 수 있는 공간도 상당히 통제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픈월드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험은 반쯤 열린 지역을 순서대로 이동하는 것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지역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비슷한 풍경과 구조가 반복되고, 적의 종류도 충분히 다양하지 않다. 늑대나 곰, 트롤처럼 비슷한 적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며 색깔이나 능력만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지역에 들어갔을 때 “이번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기대감보다 “이번에도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된다.
반복이 게임의 발목을 잡는다
Echoes of Aincrad의 가장 큰 문제를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반복이다.
같은 지역을 여러 번 지나가고, 비슷한 던전을 다시 플레이하며, 비슷한 적과 싸우는 일이 계속된다.
특히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이동과 전투가 충분히 압축되지 않아 게임의 전체적인 템포가 느려진다.
아인크라드라는 소재 자체는 빠른 전개와 강한 긴장감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을 같은 장소에서 보내야 한다.
일부 평가에서는 두 번째 층에 도달하기까지 12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초반 진행이 길게 늘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것은 단순히 플레이 시간이 길다는 문제가 아니다.
좋은 콘텐츠가 많아서 오래 플레이하는 것과, 같은 콘텐츠를 반복해서 오래 플레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Echoes of Aincrad는 후자에 가까운 순간이 너무 많다.
그래도 아인크라드의 분위기는 살아 있다
그럼에도 소드 아트 온라인 팬이라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아인크라드라는 세계 자체가 가진 분위기 때문이다.
거대한 성의 각 층을 공략하고, 새로운 지역을 발견하고, 동료들과 함께 던전을 클리어하는 과정은 원작 팬에게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경험이다.
특히 키리토의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점은 이 세계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게임이 원작의 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또 키리토의 이야기를 플레이하는 게임”은 아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엔드게임에는 새로운 재미가 있다
모험을 어느 정도 진행한 뒤에는 Warped Dungeons라는 로그라이트 스타일의 콘텐츠도 등장한다.
던전을 반복해서 공략하면서 다양한 강화 효과를 얻고, 캐릭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본 스토리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졌던 전투와 성장 시스템을 좀 더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엔드게임 콘텐츠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투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적과 환경의 다양성이 부족한 탓에 오래 플레이할수록 비슷한 경험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결론 — 좋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지만
Echoes of Aincrad는 소드 아트 온라인 게임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장 좋은 결정은 키리토를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놓은 것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만든 캐릭터로 아인크라드에 갇힌 평범한 플레이어의 삶을 경험하게 하면서 원작의 익숙한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하는 이야기도 기존 시리즈보다 독립적인 느낌이 강하다.
전투 역시 상당히 괜찮다.
빠르고 공격적인 액션에 패링과 카운터, 동료와의 연계, 장비 커스터마이즈가 결합되면서 액션 RPG로서의 기본기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둘러싼 세계는 너무 비어 있다.
탐험의 자유도는 기대보다 낮고, 지역과 적의 종류는 제한적이다. 같은 장소와 던전을 반복해서 방문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지나치게 느려진다. 결국 아인크라드라는 거대한 무대가 오히려 게임의 가장 큰 약점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이 작품에는 분명한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소드 아트 온라인 게임이 원작 캐릭터와 설정에 기대는 데 집중했다면, Echoes of Aincrad는 플레이어 자신이 아인크라드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만들려고 한다.
그 시도는 성공과 실패가 섞여 있다.
소드 아트 온라인 팬이라면 익숙한 세계에서 새로운 모험을 즐길 수 있고, 빠른 전투와 성장 시스템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이름을 지워버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국 Echoes of Aincrad는 훌륭한 액션 RPG가 될 수 있었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반복적인 세계와 느린 진행 때문에 그 가능성을 끝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한 작품이다.
평점: 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