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 Blue Skies는 분명 《Star Fox 64》를 사랑해서 만든 게임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너무 깊었던 탓일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보다 이미 지나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데 그치고 말았다.
1990년대 아케이드 스타일의 레일 슈터를 좋아한다면 Wild Blue Skies의 콘셉트는 상당히 반가울 것이다.
동물 캐릭터로 구성된 비행 편대가 악의 세력과 싸우고, 플레이어는 전투기를 조종해 적을 격추하며 여러 갈래의 루트를 따라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한다.
이 설명만 들어도 떠오르는 게임이 있다.
바로 Star Fox 64다.
Wild Blue Skies를 개발한 Chuhai Labs의 설립자 Giles Goddard가 실제로 과거 Star Fox 개발에 참여했던 인물이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이러한 유사성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오마주와 모방 사이의 경계다.
Wild Blue Skies는 Star Fox 64에서 영감을 받는 수준을 넘어, 때로는 거의 그대로 복제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원작과 비교할수록 그 차이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너무 익숙한 하늘
Wild Blue Skies의 주인공은 Bowie Stray다.
그는 Blue Bombers라는 비행 편대를 이끌며 악당 Grimclaw의 음모를 막기 위해 싸운다.
스토리 구조부터 상당히 익숙하다.
여러 스테이지를 통과하고, 임무 중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다음 루트가 달라진다. 한 번의 플레이에서 모든 스테이지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결과에 따라 다른 경로를 따라가게 된다.
총 13개의 스테이지 가운데 한 번의 캠페인에서는 일부만 선택해 진행하는 방식이며, 점수와 수집 요소까지 포함되어 있어 반복 플레이를 유도한다.
이 시스템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레일 슈터의 기본 구조로서는 상당히 재미있다.
문제는 거의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하다는 것이다.
분기 루트, 보너스 아이템, 폭탄, 차지 샷, 적 편대, 라이벌 캐릭터, 보스전까지 플레이하는 순간마다 과거의 명작이 떠오른다.
그래서 Wild Blue Skies는 새로운 게임을 하는 느낌보다는 오래된 게임의 기억을 다시 재생하는 느낌에 가까워진다.
Star Fox 64를 좋아한다면 처음에는 즐겁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Wild Blue Skies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Star Fox 64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익숙한 즐거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레일을 따라 날아가면서 적을 격추하고, 차지 샷으로 여러 적을 한 번에 제거하고, 폭탄으로 위험한 상황을 넘긴다.
특정 구간에서는 레일에서 벗어나 제한된 공간을 자유롭게 비행하면서 적을 상대하는 All-Range Mode 스타일의 전투도 등장한다.
이런 순간은 분명 재미있다.
적의 움직임을 읽고 빠르게 조준하며 점수를 쌓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중독성이 있다.
특히 특정 조건을 만족해 새로운 루트를 해금하고, 이전에 놓쳤던 아이템이나 목표를 다시 공략하는 것은 반복 플레이의 동기가 된다.
즉, 기본적인 게임 구조 자체는 충분히 재미있다.
문제는 Wild Blue Skies가 그 기본 구조를 자신만의 것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작감은 원작보다 불편하다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비행 조작이다.
Wild Blue Skies의 조작은 기본적으로 단순하다.
기체를 움직이고 적을 조준하며 일반 사격과 차지 공격을 사용한다.
하지만 일반 공격과 차지 공격이 서로 다른 버튼으로 분리되어 있어 오히려 조작이 복잡해졌다.
게임 플레이를 깊게 만드는 변화라기보다는 손에 익히는 데 불필요한 부담을 추가한 느낌이다.
시점 역시 문제다.
플레이어의 시야가 기체에 지나치게 가까운 편이라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적을 상대하거나 좁은 공간을 통과할 때는 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상황에서는 내가 적을 제대로 조준하고 있는지조차 헷갈릴 정도다.
여기에 조작 자체가 약간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사라진 몇 가지 중요한 기술
Star Fox 스타일의 레일 슈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총을 쏘는 것만이 아니다.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고, 적의 공격을 피하며, 위험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기동성이 핵심이다.
하지만 Wild Blue Skies에는 이런 부분이 충분하지 않다.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U턴이나 공중제비 같은 기동 기술이 빠져 있다.
이런 기술의 부재는 생각보다 크다.
비행 자체가 단순해지고, 플레이어가 공격을 피하는 방법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국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보다 그냥 적을 빠르게 파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아진다.
적은 지나치게 단단하다
전투 밸런스도 아쉽다.
일부 적은 생각보다 많은 공격을 받아야 파괴된다.
특히 적절한 파워업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는 적의 체력이 지나치게 높게 느껴질 수 있다.
레일 슈터의 재미는 빠르게 움직이는 적을 정확하게 격추하면서 콤보와 점수를 쌓는 데 있다.
그런데 적이 지나치게 단단하면 전투의 속도가 떨어진다.
조준해서 쏘고, 또 쏘고, 다시 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액션의 리듬이 끊긴다.
특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구간에서는 필요한 파워업이나 회복 아이템이 충분하지 않아 난이도가 더욱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
Wild Blue Skies는 단순한 복고풍 슈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처음부터 적의 공격이 상당히 위협적이고, 특정 루트를 열기 위해서는 매우 정확한 조작이 요구된다.
아군 편대원도 쉽게 공격받아 쓰러지기 때문에, 특정 스테이지를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 적의 등장 위치와 공격 패턴을 외워야 한다.
이런 설계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케이드 게임의 감성을 생각하면 높은 난이도는 어느 정도 어울린다.
하지만 문제는 난이도가 실력 향상보다 불편한 조작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서 실패한 것인지, 게임의 시점과 조작 체계 때문에 실패한 것인지 애매한 순간이 생긴다.
이런 상황은 반복 플레이의 동기를 떨어뜨린다.
아름다운 색감은 확실한 장점
그렇다고 Wild Blue Skies가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게임은 아니다.
비주얼은 상당히 좋다.
전체적으로 밝고 선명한 색감을 사용하며, 각 스테이지가 서로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폭포 사이를 통과하거나, 폭풍우 속을 비행하거나, 화산과 사막 지역을 가로지르는 등 배경의 변화가 확실하다.
특히 단순한 형태와 강렬한 색상을 활용한 아트 스타일은 복고풍 아케이드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캐릭터 디자인도 귀엽고 개성이 있다.
Blue Bombers의 멤버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Nintendo의 고전 작품에서 느껴졌던 밝고 친근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다만 캐릭터와 스토리의 활용은 아쉽다.
미션 사이에 캐릭터들의 관계나 이야기를 깊게 보여주는 장면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함께 싸우는 동료들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갈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기는 어렵다.
Wild Blue Skies가 가장 빛나는 순간
흥미로운 것은 Wild Blue Skies가 Star Fox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을 때 오히려 가장 재미있어진다는 점이다.
일부 스테이지에서는 독자적인 아이디어와 연출이 등장한다.
이런 순간에는 ‘이 게임만의 재미가 무엇인지’가 조금씩 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부분이 더 많았어야 했다.
Star Fox 64의 장점을 참고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명작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과거의 모든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순간,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이유가 사라진다.
Wild Blue Skies는 그 경계에서 자주 넘어간다.
추억은 그대로 복사할 수 없다
Wild Blue Skies를 평가하면서 Star Fox 64와 비교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단순히 두 게임이 비슷해서가 아니다.
Wild Blue Skies가 플레이어에게 Star Fox 64를 다시 플레이했을 때의 감정을 느끼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억은 게임 시스템만으로 재현할 수 없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처음 보스를 쓰러뜨렸던 순간, 새로운 스테이지를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 처음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 당시의 경험과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같은 구조를 다시 만든다고 해서 같은 감정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IGN의 리뷰 역시 바로 이 부분을 핵심적으로 지적한다. Wild Blue Skies가 원작과 비슷한 경험을 재현하려고 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 한 과거의 감정을 그대로 되살릴 수 없다는 평가다.
총평
Wild Blue Skies는 나쁜 레일 슈터는 아니다. 하지만 훌륭한 게임이 될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해버렸다.
기본적인 게임 구조는 재미있다.
분기형 스테이지와 반복 플레이 요소도 잘 갖춰져 있고,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배경은 게임을 보기 좋게 만든다.
Star Fox 64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게임 플레이에서 상당한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이 결국 가장 큰 문제다.
Wild Blue Skies는 Star Fox 64를 참고한 것이 아니라 너무 자주 그대로 따라간다.
비행 조작은 원작보다 불편하고, 스토리는 덜 매력적이며, 난이도 조정도 매끄럽지 않다.
그리고 원작에서 느꼈던 재미를 그대로 가져오려는 시도가 오히려 이 게임의 독창성을 희생시킨다.
가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순간에는 확실히 가능성이 보인다.
그래서 더 아쉽다.
조금만 더 과감하게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면, 단순한 Star Fox 스타일의 게임을 넘어 자신만의 이름을 가진 레일 슈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Wild Blue Skies는 과거를 너무 충실하게 따라간 나머지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
평점: 5/10
장점
- 밝고 매력적인 비주얼
- 다양한 스테이지와 배경
- 분기형 루트로 인한 반복 플레이 요소
- 기본적인 레일 슈터의 재미는 갖추고 있음
- Star Fox 64를 좋아한다면 익숙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음
단점
- Star Fox 64에 지나치게 의존한 디자인
- 불편하고 부정확하게 느껴지는 비행 조작
- 제한적인 시야
- 일부 적의 높은 내구도
-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
- 캐릭터와 스토리의 깊이가 부족함
-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함
한줄 평가:
Star Fox 64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반가운 게임이지만, 과거를 그대로 복사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명작이 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