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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of Abyss 리뷰 — 압도적인 분위기는 훌륭하지만, 깊은 곳으로 갈수록 반복되는 공포

어둡고 거대한 시설을 홀로 탐험하면서, 언제 어디서 무언가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 End of Abyss는 첫 몇 시간 동안 이 감각을 꽤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Section 9 Interactive의 데뷔작인 이 게임은 메트로배니아 구조에 서바이벌 호러와 트윈스틱 슈터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이다. 플레이어는 전투 기술자 **셀(Cel)**이 되어 버려진 거대한 시설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며,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감염된 노동자들을 상대하고 시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특히 분위기는 인상적이다.

어두운 복도와 폐허가 된 시설, 기괴한 생명체 디자인, 제한된 시야와 불안한 사운드가 결합하면서 상당히 강한 공포감을 만들어낸다. 개발진의 전작 경험이 떠오를 정도로 기묘하면서도 음산한 비주얼 역시 이 게임의 강점이다.

하지만 End of Abyss는 그 강렬한 첫인상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폐허가 된 시설 속으로

셀은 거대한 폐쇄 시설을 탐험하면서 곳곳에 남겨진 흔적과 단서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무엇이 벌어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 시설은 사실상 버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곳곳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단순히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꼼꼼하게 조사하게 된다.

End of Abyss가 메트로배니아 구조를 선택한 것도 이런 탐험과 잘 맞는다.

처음에는 접근할 수 없는 장소가 존재하고, 새로운 능력이나 장비를 얻은 뒤 이전 지역으로 돌아오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익숙했던 공간을 다시 방문하면서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비밀을 찾아내는 과정은 분명 이 게임의 매력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피로해진다는 것이다.

분위기는 정말 좋다

End of Abyss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분위기다.

시설 전체가 차갑고 불길하다. 밝은 공간보다 어둠이 훨씬 많고, 복도와 방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무언가가 나타날 것 같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특히 이 게임은 점프 스케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과 조명, 사운드, 적의 움직임을 이용해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불안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IGN 역시 Section 9 Interactive가 만들어낸 분위기는 최고의 호러 게임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시각적인 스타일도 독특하다.

캐릭터와 적의 디자인은 일종의 인형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상당히 기괴하다. 귀엽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불쾌하고, 무섭다고 하기에는 묘하게 비현실적인 모습이다.

이 독특한 비주얼 덕분에 평범한 SF 호러와는 다른 개성이 생긴다.

총을 든 메트로배니아

End of Abyss의 전투는 트윈스틱 슈터 방식으로 진행된다.

왼쪽 스틱으로 움직이고 오른쪽 스틱으로 조준하면서 적을 공격한다. 여기에 회피 구르기를 활용해 적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기본적인 조작은 비교적 직관적이고, 여러 적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상황에서는 상당히 긴장감이 있다. 수류탄 등을 활용해 적들을 한곳에 모은 뒤 폭발물로 처리하는 등 순간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도 만들어진다.

특히 탄약과 체력을 관리하면서 좁은 공간에서 여러 적을 상대할 때는 서바이벌 호러 특유의 압박감이 살아난다.

문제는 전투가 반복될수록 패턴이 너무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서웠던 적도 몇 번 반복해서 상대하면 대응법을 알게 된다. 결국 긴장감 넘치는 전투가 아니라 익숙한 절차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보스전은 아쉬운 부분이다

일반적인 적과의 전투가 그럭저럭 재미있는 것과 달리 보스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IGN은 일부 보스전이 비슷한 구조를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원형 형태의 전투 공간에서 공격을 피하고, 적이 공격을 멈추면 사격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식이다.

물론 모든 보스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특별한 패턴을 보여주는 일부 보스는 꽤 인상적인 전투를 제공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일반 적을 상대할 때 느껴지는 긴장감과 비교해 보스전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보스는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배운 모든 능력을 시험하는 존재여야 하지만, End of Abyss에서는 오히려 반복적인 패턴을 익히는 싸움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탐험의 보상이 부족하다

메트로배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탐험의 보상이다.

어딘가에 숨겨진 길을 발견했을 때 새로운 무기나 능력, 흥미로운 스토리 단서를 얻는다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모든 구석을 뒤지게 된다.

End of Abyss에도 이런 요소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상의 가치가 떨어진다.

특히 Fragments가 너무 많이 등장하면서 탐험의 긴장감이 줄어든다. 새로운 장비나 무기를 발견하는 것보다 단순히 자원이 쌓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여기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약해진다. IGN 역시 이런 자원 배치가 탐험을 보람 있는 발견보다는 심부름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메트로배니아 장르에서 꽤 치명적인 문제다.

탐험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약해지면 넓은 맵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지도가 발목을 잡는다

탐험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길찾기다.

메트로배니아에서 지도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게임플레이의 핵심 도구다. 어떤 지역에 접근할 수 없는지, 어디에 다시 가야 하는지를 플레이어에게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End of Abyss의 지도는 항상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부 상황에서는 이미 열린 문이 잠긴 것처럼 표시되거나, 플레이어가 실제로 갈 수 있는 장소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리뷰에서도 출시 시점의 지도와 관련된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이런 문제는 단순한 UI 오류 이상의 영향을 준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길을 잘못 찾은 것인지, 아직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지도가 잘못 표시된 것인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탐험의 재미가 길찾기 스트레스로 바뀌는 순간이다.

약 10시간의 캠페인

End of Abyss의 캠페인은 대략 10시간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몇 시간은 상당히 좋다.

새로운 지역을 발견하고, 시설의 정체를 알아가며, 새로운 장비를 획득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다음 장소로 플레이어를 이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상황이 달라진다.

비슷한 적을 반복해서 상대하고, 이전 지역을 다시 방문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자원을 모으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처음의 긴장감이 점점 약해진다. IGN 역시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탐험과 전투가 ‘반복적인 작업’처럼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더 아쉬운 점은 스토리 역시 초반에는 의도적으로 많은 것을 숨기지만,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미스터리를 유지하는 것과 이야기를 지나치게 늦게 진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스토리는 미스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숨긴다

셀은 말이 거의 없는 주인공이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셀의 생각이나 감정보다 주변 환경과 사건을 통해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방식 자체는 호러 게임에 잘 어울린다.

문제는 게임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감추면서 발생한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하면 그 궁금증은 호기심이 아니라 피로감으로 변한다.

IGN 역시 이야기가 후반부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며, 그전까지는 미스터리를 위한 미스터리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공포와 액션 사이에서 길을 잃다

결국 End of Abyss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이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한다는 데 있다.

메트로배니아다.

트윈스틱 슈터이기도 하다.

서바이벌 호러이기도 하다.

그리고 탐험 중심의 SF 어드벤처이기도 하다.

각각의 요소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 분위기는 훌륭하고, 전투도 순간적으로는 재미있으며, 탐험에는 메트로배니아 특유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완성도 높은 경험으로 합쳐지지는 못한다.

IGN이 6/10을 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각각의 조각에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서로 결합해 더 큰 재미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총평

End of Abyss는 분명 재능이 보이는 데뷔작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압도적인 분위기다.

어둡고 거대한 시설을 탐험하는 경험은 상당히 매력적이며, 기괴한 적 디자인과 뛰어난 사운드 연출은 게임이 가진 공포감을 한층 강화한다.

전투 역시 기본적인 손맛은 괜찮다. 특히 여러 적을 상대하면서 회피와 사격, 수류탄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순간에는 꽤 긴장감 있는 액션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게임을 계속할수록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반복되는 전투, 보스전의 단조로움,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탐험, 혼란스러운 지도와 일부 기술적인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초반의 강렬했던 경험이 점점 희미해진다.

결국 End of Abyss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이지만, 그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일 만큼 다듬어지지는 못한 작품이다.

공포 게임으로서의 분위기는 상당히 훌륭하다.

하지만 분위기만으로 약 10시간의 반복적인 탐험과 전투를 모두 견디기에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Section 9 Interactive가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지 기대하게 만드는 데뷔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순간은 확실히 있다. 다만 그 빛이 게임 전체를 밝힐 만큼 강하지는 않다.

최종 평점: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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