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뒤에서 다가오는 장면은 충분히 무서울 수 있다. 하지만 Halloween: The Game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공포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살인마 중 한 명인 **마이클 마이어스(Michael Myers)**가 눈앞에서 천천히 걸어오는데도 이상하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느긋하게 동네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골프를 즐기는 은퇴한 노인처럼 보일 때도 있다.
물론 이 게임의 초반 플레이 경험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출시 당시에는 아직 필수적인 데이원 패치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였고, 당시 버전에는 상당히 많은 버그와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플레이한 뒤에도 첫인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Halloween: The Game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완성도와 콘텐츠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호러 장르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마이클 마이어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이라면 이보다 훨씬 더 강렬한 경험을 기대하게 된다.
기대했던 만큼 완성되지 않은 비대칭 호러
개발사 IllFonic은 이제 비대칭 호러 게임 장르와 거의 같은 이름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동안 여러 유명 호러 프랜차이즈를 활용해 한 명의 살인마와 여러 명의 생존자가 맞붙는 멀티플레이 경험을 만들어왔다. 이번에는 그 무대가 1978년 할로윈 밤의 **해든필드(Haddonfield)**다.
기본적인 구조는 익숙하다.
한 명의 플레이어는 마이클 마이어스가 되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추적하고 제거한다.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생존자가 되어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력하면서 아이템을 찾고, NPC 주민들을 도우며 마을을 탈출해야 한다.
최대 4명의 생존자가 힘을 합쳐 마이클에게서 살아남는 구조는 비대칭 호러 장르의 전형적인 공식이다.
문제는 IllFonic이 이미 이 장르에서 여러 작품을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시행착오, 그리고 원작 Halloween의 창작자인 존 카펜터까지 참여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번 작품은 IllFonic의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초기 버전에서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고, 게임이 갑자기 종료되어 PS5 홈 화면으로 튕기는 문제도 경험했다.
출시 이후 데이원 패치를 통해 애니메이션과 충돌 문제, NPC의 움직임 등 여러 부분이 개선됐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버그 숫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이클 마이어스가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Halloween: The Game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당연히 마이클 마이어스다.
마이클을 직접 조종하는 순간에는 분명 재미가 있다.
빛을 끄고 어둠 속에 숨어들거나, 능력을 이용해 갑자기 거리를 좁히고 생존자를 추적하는 과정은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캐릭터의 특징을 나름대로 잘 살려냈다.
특히 상대방을 천천히 압박하면서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은 영화 속 마이클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게임의 기본적인 진행 속도다.
마이클이 너무 천천히 움직이는 탓에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져야 할 상황에서도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는 말없이 천천히 걸어오는 마이클의 모습 자체가 공포의 상징이지만,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연출이 항상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생존자 플레이는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생존자 측에서는 마이클에게서 도망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변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찾고, NPC 주민들을 발견한 뒤 그들을 설득해 함께 움직여야 하며, 경찰을 호출하는 등 여러 목표를 수행해야 한다.
이 구조는 Dead by Daylight 같은 기존 비대칭 호러 게임과 비교했을 때 나름의 차별점이다.
특히 NPC 주민을 구출하고 함께 탈출해야 한다는 요소는 Halloween: The Game만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NPC의 인공지능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이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NPC가 플레이어의 행동을 제대로 따라오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결국 플레이어는 마이클에게서 도망치는 동시에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NPC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싱글 플레이는 반가운 추가 요소지만…
Halloween: The Game에서 가장 반가운 요소 중 하나는 싱글 플레이 캠페인이다.
비대칭 멀티플레이 게임은 장르 특성상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가 게임 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부분 간단한 튜토리얼이나 몇 개의 짧은 설명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이클 마이어스의 시점에서 영화 속 사건을 직접 경험하는 싱글 플레이 모드는 좋은 아이디어다.
특히 1978년 원작 영화의 분위기를 게임 속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Halloween 팬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캠페인의 완성도는 기대만큼 높지 않다.
미션은 비교적 짧고, 멀티플레이에서 사용되는 맵을 상당 부분 재활용한다. 각각의 스테이지가 하나의 완성된 싱글 플레이 경험이라기보다는 멀티플레이 시스템을 익히기 위한 확장된 튜토리얼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 속 마이클 마이어스의 행동을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콘텐츠다.
분위기는 제대로 살렸다
게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분위기다.
1970년대 미국 교외 지역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해든필드는 원작 영화의 분위기를 상당히 잘 재현하고 있다.
평범한 주택가와 어두운 골목, 오래된 차량, 당시의 의상과 음악 등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원작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분만큼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특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주택가에서 마이클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Halloween 특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한다.
잔혹한 처형 연출 역시 시각적으로 강렬하다. 다만 초기 버전에서는 일부 애니메이션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거나 어색하게 재생되는 문제가 있어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는 출시 후 패치를 통해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다.
반복되는 구조와 부족한 콘텐츠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반복성이다.
처음 몇 시간은 마이클을 피해 해든필드를 돌아다니고, 아이템을 찾고, NPC를 구출하고, 탈출구를 찾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목표와 구조가 반복되기 시작한다.
맵의 다양성 역시 장기적인 플레이를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 비대칭 멀티플레이 게임은 플레이할 때마다 다른 상황이 발생해야 하는데, Halloween: The Game은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패턴이 너무 쉽게 파악되는 느낌을 준다.
결국 한 시간 정도만 플레이해도 처음의 신선함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마이클 마이어스를 직접 조종하는 재미는 분명 존재하지만, 생존자 측에서는 반복적인 목표와 AI 문제 때문에 피로감이 더 빨리 찾아온다.
죽은 뒤에도 기다려야 하는 문제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플레이어가 사망한 이후의 경험이다.
게임에서 먼저 죽었다고 해서 바로 로비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이 끝나기 전에 나가면 경험치를 잃기 때문에 남은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관전 과정 자체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죽은 플레이어가 다른 생존자의 플레이를 오랫동안 지켜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반복적인 퀵타임 이벤트까지 등장한다.
비대칭 호러 게임에서는 한 번 죽은 플레이어가 다음 경기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Halloween: The Game은 오히려 플레이어를 긴 시간 동안 로비에 붙잡아두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장르가 그동안 발전해온 과정을 생각하면 다소 시대에 뒤처진 시스템처럼 느껴진다.
패치 이후에는 달라졌을까?
출시 당시 Halloween: The Game은 버그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데이원 패치를 포함한 여러 업데이트를 통해 애니메이션, NPC 경로 탐색, 충돌 문제, 네트워크와 성능, 매치 종료 관련 문제 등 다양한 부분이 개선됐다.
따라서 초기 리뷰에서 지적된 모든 문제를 현재 버전에 그대로 적용해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패치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게임의 구조적인 문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버그가 사라진다고 해서 반복적인 콘텐츠 구조나 부족한 다양성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총평
Halloween: The Game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비대칭 호러 게임에 적용한 방향은 잘 어울리고, 1978년 영화의 분위기를 재현한 해든필드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마이클 마이어스를 직접 조종하면서 생존자를 추적하는 경험은 분명 재미있다. NPC 주민을 구출해야 하는 생존자 시스템 역시 기존 비대칭 호러 게임과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충분히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초기 버전의 수많은 버그와 어색한 애니메이션, 불안정한 NPC AI, 제한적인 맵과 반복적인 목표는 장기적인 플레이를 어렵게 만든다.
싱글 플레이 캠페인은 장르에서 보기 드문 반가운 추가 요소지만, 그 자체로 게임의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우기에는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다.
무엇보다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공포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살인마 중 한 명을 등장시켰음에도, 실제 플레이에서는 그만큼 무섭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결국 현재의 Halloween: The Game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마이클 마이어스의 열렬한 팬이거나 비대칭 호러 장르를 특히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하다. 하지만 그 외의 플레이어라면 콘텐츠가 더 다양해지고 시스템이 충분히 다듬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현명해 보인다.
좋은 아이디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의 Halloween: The Game은 장르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비대칭 호러 공식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리고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캐릭터에게는 이보다 훨씬 더 무서운 무대가 필요하다.

